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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몰빵형 ETF, 대박의 기회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by 꿀벌 테크 2024. 12. 24.

“몰빵형 ETF”란 무엇인가?

최근 증권가에서 ‘몰빵형 ETF’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는 여러 종목에 골고루 투자해 분산 효과를 추구하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그런데 요즘 출시되는 ‘몰빵형 ETF’는 특정 종목이나 테마에 편중해 높은 투자 비중을 가져갑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두 곳에만 집중 투자하거나, 특정 전기차 회사 주가를 추종하는 식이죠. 이 글에서는 몰빵형 ETF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왜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리고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비만치료제·2차전지…몰빵형 ETF 사례

1) 비만치료제에 집중 투자하는 ETF

올해 들어 가장 주목받은 몰빵형 ETF 중 하나는 비만치료제 관련 ETF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는 세계적인 비만치료제 제조사인 일라이릴리(Eli Lilly)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를 각각 25% 이상 담아 총 50% 이상 투자합니다. 뒤이어 출시된 다른 자산운용사의 상품들 역시 두 기업에 몰빵 투자하며 편입 비중이 50%를 훌쩍 넘습니다.

이렇게 특정 기업 몇 곳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핵심 우량주를 공략해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기대감을 자극하기 좋습니다. 실제로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망도 있어, 이런 ‘한 방’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보입니다.

2) 2차전지와 K-엔터테인먼트 테마

비만치료제 이외에도 2차전지, K-엔터테인먼트 등이 몰빵형 ETF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2차전지의 경우 한동안 국내 증시에서 ‘대장주’라 불리던 에코프로 등 배터리 관련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가 우후죽순으로 출시되었는데요. 주가 상승기에는 높은 수익을 안겨줬지만, 주가가 조정을 받자 수익률도 급락해 많은 투자자의 고민이 커졌습니다.

K-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하이브·SM·YG·JYP 등 4대 기획사에 전체 자산의 95%를 투자하는 ETF가 등장했습니다. 이전에 엔터·미디어·콘텐츠 종목을 묶은 ETF는 많았지만, 특정 기획사에 사실상 몰빵하는 형식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는 K팝의 세계적 인기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단타족(短打族)의 등장과 몰빵형 ETF 인기

1) 변동성이 커도 큰 수익을 노린다

몰빵형 ETF의 인기 배경에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단타(단기투자)로 빠른 수익을 내고 싶어 하는 투자 심리가 자리합니다. 비트코인이나 엔비디아, 테슬라처럼 한 종목의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될 때, 개별 종목보다 ETF를 통해 레버리지나 인버스 전략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ETF는 기본적으로 ‘공모펀드’ 형태이면서도 주식처럼 편하게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단타족에게 맞춤형 투자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 테슬라 1.5배 레버리지 ETF 등이 엄청난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급성장 중입니다.

2) “안정성은 뒤로, 고수익만 쫓는다”는 우려

하지만 ETF의 기본 설계 목적이 ‘분산투자를 통한 위험 완화’에 있는 만큼, 몰빵형 ETF가 이 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개별 종목 집중 투자는 주가가 올랐을 때는 큰 수익을 주지만, 반대로 급락 시에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 테마나 종목에 베팅했다가 거품이 빠지면 손실 폭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로 본 몰빵형 ETF의 위험성

1) 2차전지 ETF의 ‘롤러코스터’

2차전지 관련 ETF들은 작년에 큰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들어 에코프로 주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수익률도 흔들렸습니다. 일시적으로 몇 배나 급등했던 에코프로나 에코프로비엠이 조정을 받자, 이를 비중 있게 담고 있던 몰빵형 ETF들의 성과도 급감했습니다. 일부 레버리지 2차전지 ETF는 반토막 이상의 낙폭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 비만치료제 ETF와 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주가

비만치료제 테마의 경우, 상장 직후 가파른 상승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으나, 노보노디스크나 일라이릴리 주가가 한 번 꺾이기 시작하면 그 충격이 그대로 ETF에 전이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보노디스크 주가가 피로감 등으로 약세를 보이자 비만치료제 ETF도 함께 하락해, 상장 당시 가격보다 낮아진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국내외 규제와 문제점

1)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조치

몰빵형 ETF 출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도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신규 상품 상장 시 특정 종목의 비중을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안을 마련했는데요. 다만 이미 출시된 기존 상품은 소급 적용이 어려워, 이 규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 “규제 강화 vs. 투자자 선택권 확대”

한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다양한 ETF가 출시되는 것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투자 전략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다만 ETF의 본질과 지나친 투기적 요소를 어떻게 균형 있게 맞출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TF의 본질, 분산투자 역할은 어디로?”

1) ETF, 원래의 철학을 잃지 말아야

ETF는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시장 평균 수익을 추종하면서도, 주식처럼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입니다. 그런데 소수 종목에 몰빵해 변동성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품이라면 “이게 과연 ETF가 맞느냐”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됩니다. 사실상 개별 종목을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분산 효과라는 ETF 고유의 장점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2) 몰빵형 ETF, 어떤 투자자가 적합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빵형 ETF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존재합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쓰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이는 분명히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나 안정 추구보다는 단기적인 변동성 활용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이 적절한 시점에 진입하고 철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자들을 위한 제언

  1. 분산투자의 기본 원칙을 잊지 말 것 : 몰빵형 ETF는 높은 기대수익과 함께 큰 손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체 자산의 일부만 할당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상품·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2. ETF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할 것 : 예컨대 2배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은 작은 변동에도 손익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상품 설명서, 운용 보고서 등을 통해 어떤 종목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3. 테마·종목 추세와 기업 실적을 함께 살필 것 : 비만치료제, 2차전지, K-엔터 등 유망 테마라도 한 번 유행이 꺾이거나 기대치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라면 예기치 못한 급락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투자 전 해당 산업 전망, 기업 실적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투자 본질을 지키는 슬기로운 활용이 핵심”

최근 들어 몰빵형 ETF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극단적인 집중 투자로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와,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려는 자산운용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단타 매매 열풍에 휩쓸려 ETF 본연의 취지인 분산투자를 포기하고, 개별 종목 같은 위험 수준을 감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신중함이 뒤따라야 합니다.

투자자는 자신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테마나 종목에 대한 시장 상황을 철저히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ETF는 분산투자가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몰빵형 ETF든 전통적인 지수 추종형 ETF든, 궁극적으로 “내 투자 원칙과 상품 특성이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찾은 뒤에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